팔순이 다 돼 한글을 배우고 직접 지은 가사로 노래하는 경북 칠곡의 할매래퍼그룹 ‘수니와칠공주’가 한글주간을 맞아 비보이그룹과 함께 서울 광화문 무대에 오른다.
칠곡군은 수니와칠공주가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한글주간 개막식에서 공연을 펼친다고 1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한글주간 개막식에서는 한글 창제를 비롯해 혼동, 의지, 희망을 주제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희망을 주제로 공연에 나서는 수니와칠공주는 할머니들이 직접 쓴 시 7편을 랩으로 바꾼 자작곡을 선보일 계획이다.
할머니들은 지나온 인생에서 느낀 외로움과 그리움, 아픔을 랩으로 풀어낸다. 실제 힙합 가수들이 내뱉는 라임(각운이나 음절 수를 맞춰 리듬감을 살리는 것)과 견줘도 손색없는 랩을 선보여 무대에 오를 때마다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아픔을 노래한 ‘환장하지’가 대표곡이다. 6·25전쟁 당시 총소리를 폭죽 소리로 오해했다는 내용이 담긴 ‘딱콩 딱콩’과 북한군을 만난 소감을 표현한 ‘빨갱이’ 등도 개막식에서 선보인다. 프랑스 비보이 대회 우승팀이자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올랐던 엠비크루와 합동 공연도 가질 계획이다.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8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할머니들이 모여 결성한 8인조 그룹이다. 팔순이 다 돼 한글을 깨친 후 컴퓨터용 폰트(글씨체)까지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리더인 박점순 할머니(86)의 이름 마지막 글자 ‘순’을 변형한 ‘수니’와 그 외 일곱 명의 멤버가 참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평균 연령은 85세로 최고령 멤버는 93세 정두이 할머니이고 막내는 76세 장옥금 할머니다.
칠곡=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