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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한 민심 전달 않고 “우리는 하나” 외치고 끝난 용산 만찬

험악한 민심 전달 않고 “우리는 하나” 외치고 끝난 용산 만찬

Posted October. 04, 2024 07:53,   

Updated October. 04, 202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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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2일 저녁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 간사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만찬은 최근 한동훈 대표가 참석했던 신임 지도부 인사들과의 만찬보다 45분 긴 2시간 15분 동안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하나다. 다함께”라는 구호를 외치며 회동을 마무리했다.

이날 만찬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여당 원내 지도부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통령실이 공개한 만찬 사진 4장과 원내 수석대변인이 전한 만찬 분위기에서 지지율이 하락세인 집권 여당의 위기의식이나 험악한 민심을 우려하는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은 “일당백의 각오로 생산적인 국감”을 당부한 후 야권의 국군의날 시가행진 비판과 체코 원전 덤핑 수주 공세를 반박했다고 한다. 또 “의료개혁은 반드시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의료개혁은 졸속 의대 증원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분야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개혁’을 다짐하는 동안 참석자들이 아무런 반론을 펴지 않았다니 놀랍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특검법이나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 용산 전 행정관의 전당대회 개입 사주 논란까지 연일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정국의 최대 악재들은 쏙 뺀 채 야당 비판에 한 목소리를 내고 흔들림 없는 의료 개혁만 강조했다니 민심이 왜 험악해졌는지엔 관심 조차 없다는 건가.

공교롭게도 이날 만찬은 4일 김 여사 특검법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마련됐다. 야당에서는 “표 단속 만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원내 중심’이라는 형식을 내세워 한 대표를 뺀 것도 김 여사 문제 해법에 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부결이 당론”이라 했다. 한 대표는 “부결이 맞다”고 했지만 ‘특검법이 한 번 더 넘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탈표 단도리하듯 “우리는 하나” 외치다 끝난 맹탕 만찬이 민심을 얼마나 멀어지게 할지 모르는 건가, 모른 척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