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 기업인 보잉이 전체 인력의 10%를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최근 항공기 제조 공장 직원들의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영업손실이 커지자 대규모 인력 축소를 통한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우리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재정적 현실에 맞춰 상당한 감원이 필요하다”며 “향후 수개월 동안 전 세계 인력의 10%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보잉 직원은 약 17만 명으로 인원 감축 대상에는 임원과 관리자, 직원이 모두 포함될 예정이다.
이번 감원 조치에 대해 항공우주 전문매체 더 에어 커런트는 “8월 취임한 오트버그 CEO가 메스가 아닌 도끼를 빼 들고 첫 전략적 움직임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오트버그 CEO는 연이은 동체 결함 사고와 방산 및 우주산업 부문의 재정난으로 최악의 위기에 놓인 보잉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으라는 임무를 받고 취임했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노조 3만3000명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16년 만에 대규모 파업에 들어섰고, 협상 결렬로 항공기 생산이 중단되자 승부수를 띄운 모양새다. 오트버그 CEO는 파업 등의 영향으로 이미 예정보다 늦어진 777X 항공기 출시가 2026년으로 한 해 더 늦춰질 것이며, 767 화물기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또 “이러한 (인원 감축) 조치와 우리 사업에 대한 주요 구조적 변화는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회사인 그레이트 힐 캐피털의 토머스 헤이스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이번 해고 계획 발표가 직원들에게 압박이 될 것”이라며 “파업이 일주일 안에 해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보잉은 올 3분기(7∼9월) 실적 발표에 앞서 이날 공개한 예상 자료에서 파업 충격으로 인한 실적 감소를 예고했다. 또 2분기(4∼6월) 2.90달러였던 주당 순손실은 파업의 영향으로 3분기에 9.97달러로 대폭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매출은 178억 달러, 현금 흐름의 손실 규모는 13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