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며 올 2월 시베리아 감옥에서 숨진 러시아의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사진)가 자신의 옥사를 예감했다는 내용의 회고록 ‘애국자’가 22일 미국 출판사 크노프 등을 통해 출간된다고 AFP통신 등이 12일 보도했다. 앞서 올 4월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남편이 생전 남긴 글을 회고록으로 출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고록은 영어, 러시아어 등 최소 11개 언어로 출판될 예정이다.
이날 미국 뉴요커 등이 ‘애국자’의 발췌문을 사전에 입수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나발니는 사망 2년 전인 2022년 3월 “남은 생을 감옥에서 지내고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며 “나는 결코 손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또한 그는 “거짓말쟁이, 도둑, 위선자 무리가 조국을 약탈하도록 둘 수 없다”며 푸틴 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 갔다. 사망 약 한 달 전인 올해 1월 17일에는 ‘수감될 것을 알면서도 왜 러시아로 돌아왔느냐’는 동료 죄수와 교도관의 질문에 “나라를 포기하거나 배신하기를 원치 않는다.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나발니는 고통스러운 투옥 생활 속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많은 정적이 의문사했듯 자신 또한 암살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들(푸틴 정권)이 나를 제거한다면 내 가족은 (사후 회고록 발간으로) 선급금과 인세를 (넉넉히) 받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또 “하루에 몸무게가 1kg씩 빠지고 있는데도 아직 식스팩이 없다”고도 농담을 했다.
1976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출생한 나발니는 법조인으로 일하다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반체제 활동에 뛰어들었다. 2020년 8월 시베리아행 비행기에서 옛 소련이 개발한 신경제 ‘노비촉’에 중독돼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살아남았다. 그가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 건 이때쯤부터다.
그는 2021년 1월 투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면서도 귀국했고 곧바로 체포됐다. 당초 모스크바 인근 감옥에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최북단의 교도소로 이감됐고 두 달 만에 숨졌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