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경선 부근(최전방) 8개 포병 여단’이라며 구체적인 부대 수까지 공개하며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겠다고 하자 합동참모본부는 예하 부대에 대북 감시경계 및 화력대기 태세 강화 지침을 하달했다. 북한이 밝힌 8개 포병 여단은 서부∼동부 휴전선 전 전선에 배치돼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 약 570문에 달하는 장사정포를 가리킨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할 때도 대규모 장사정포 위협 등은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국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언제든 가능한 상태”라며 “윤석열 정부 집권 후 남북 충돌 가능성이 가장 큰 상태”라고 전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북한군 총참모부가 13일 밤 언급한 완전 무장한) 8개 포병 여단은 전방 지역 전체에 걸친 여단”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언급한 ‘작전 예비 지시’는 ‘준비 명령’으로 포격장비 일체를 갖추고 언제든 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북한은 당장이라도 전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귀순이 이어지는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라며 “향후 모든 충돌의 책임을 우리 정부로 돌리려는 명분 쌓기 목적도 있다”고 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8개 포병 여단이 보유한 장사정포는 240mm 방사포 200여 문을 포함해 약 570문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0mm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 65km로 휴전선 인근에서 쏘면 서울 북부를 비롯한 수도권 타격이 가능하다. 240mm 200여 문만 운용해도 한 번에 4400여 발을 무더기로 발사할 수 있어 치명적인 위협으로 평가된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남북을 잇던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육로)를 폭파하려고 준비 중인 모습도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북한군이 결집한 가운데 대형 가림막을 세워두고 폭발물을 매설하기 위해 땅을 파는 모습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대표적인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의 이름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공작 조직 개편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반(反)통일 노선을 천명하며 완전한 남북 단절 조치에 나선 북한이 내부적으론 대남 공작 부서 조직을 확대하면서 대남 공작 활동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문화교류국 조직 개편에 따라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국지 도발 위협 등과 병행해 간첩 침투, 반국가세력 포섭 등 대남 공작 활동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