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 1500명을 이미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파병하면서 우리 정부도 155mm 포탄을 추가로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하는 방침 등을 검토할 수 있단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추가 이송을 통해 북한군 파병 규모가 1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된 만큼, 정부는 우선 추가 파병을 막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군 파병 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면 미국이나 우크라이나 등 국제사회의 비난 수위도 급격히 올라갈 것”이라며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어떻게 지원할지 등 문제에 대해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북한이 추가 파병을 이어간다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필요한 조치’에 대해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북한의 추가 파병 병력이 북한 청진항 등을 출발해 러시아 땅에 도착한 것이 확인되면 정부는 이를 비판하며 가능한 조치들을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군의 파병이 공식화된 18일 대통령실은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6월 대통령실은 북-러 조약 체결을 규탄하며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분쟁 지역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법적 검토만 했을 뿐, 실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여름 일명 ‘코뿔소’로 불리는 국산 지뢰 제거 전차 2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등 트럭이나 방호복 등 비살상무기를 중심으로 지원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북-러 관계는 북한이 해외 파병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을 보내며 단순 협력 수준을 넘어 혈맹 관계로 진화했다. 정부 소식통은 “일단 외교적 경고 메시지에 집중하겠지만 이를 넘어 무기 지원 등 어떤 식으로든 더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부에서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일단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 강화 등으로 추가 파병을 막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파병 인력을 1만 명까지 보내거나 하면 미 측과 공조해 무기 지원 카드 등도 검토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