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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발목 잡을 ‘상법 개정’ 강행하겠다는 민주당

기업경영 발목 잡을 ‘상법 개정’ 강행하겠다는 민주당

Posted November. 05, 2024 07:57,   

Updated November. 05, 202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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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는 대신 ‘증시 선진화’를 위해 상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법개정이 이사들에 대한 소송 남발로 이어져 민주당의 입법 취지와 정반대로 기업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현재 ‘회사’로 돼 있는 상법의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총주주’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제출해 놨다. 여권에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러 차례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가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란 경제계의 반발에 부딪친 뒤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계는 충실의무 대상을 ‘총주주’ 등으로 확대할 경우 우리 기업들이 외부의 공격에 취약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지분을 확보한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 결정을 문제 삼아 소송을 남발할 경우 이사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소액주주의 요구에 떠밀려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 대신 단기적 주가부양을 위한 배당, 자사주 소각에 더 많은 자원을 쓰게 될 공산도 크다.

민주당은 주주가 특정 이사후보에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집중 투표제’를 강화하고, 대주주가 정한 이사 외에 별도 감사위원을 두도록 의무화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선진국들과 달리 차등의결권 같은 방어수단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최근 국내외 헤지펀드들이 한국 대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뒤 이사회 구성 변경,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일이 급속히 많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은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무역질서 변화, 인공지능(AI)발 산업구조 재편 등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내놔도 부족할 판에 기업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고, 경영의 발을 묶는 입법을 추진하는 건 심각한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