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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신3高’ 덮치는데… ‘껍데기 성과’ 홍보에만 바쁜 정부

트럼프發 ‘신3高’ 덮치는데… ‘껍데기 성과’ 홍보에만 바쁜 정부

Posted November. 14, 2024 07:49,   

Updated November. 14, 202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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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2기’의 높은 파도가 한국에 밀려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어진 인플레이션 충격이 가시나 싶더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촉발될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신 3고’가 다시 덮칠 기세다. 제대로 대처 못 하면 정부의 기대대로 ‘수출 톱 5’에 들기는커녕 복합 불황의 거센 물결에 휘말릴 수 있는 심각한 위기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개장가는 1410원으로 급등해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한국 수출품에 10∼20%의 보편관세가 적용되고, 중국에 대해선 60% 넘는 관세를 물릴 경우 대미, 대중 수출 비중이 각각 20% 정도인 한국이 이중의 충격을 받게 된다. 이에 따른 우려가 선제적으로 반영돼 원화 가치는 다른 나라 화폐보다 급락하는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KDI)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 빨라질 경우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인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고환율은 에너지·원자재·농축산물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품 물가를 높여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침체된 소비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감세 정책으로 미국 정부의 빚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 때문에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도 한국엔 위협이다. 더욱이 관세폭탄 공약을 현실화할 경우 2%대 중반인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에 4%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대응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멈추거나, 높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도 더 오래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산업구조 재편에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더 곤혹스럽다. 인공지능(AI) 산업은 미국이, 전기차·배터리는 중국이 앞서가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등 한국이 선두인 몇 안 되는 부문마저 경쟁국의 추격으로 수출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최고 수준 고용률’ ‘역대 최고 수출’ ‘물가 조기 안정화’ 등을 강조하며 연일 임기 전반부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는 두 달여 뒤면 수출 충격이 가시화하며 일자리가 줄고, 물가 불안으로 서민 장바구니가 부실해질 공산이 크다.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을 앞두고 긴장감을 보이지 않는 정부가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