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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잘리고 병원 15곳서 수용 거부당한 18개월 영아

손가락 잘리고 병원 15곳서 수용 거부당한 18개월 영아

Posted November. 23, 2024 07:26,   

Updated November. 23, 202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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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서울에서 손가락 2개가 잘린 18개월 영아가 병원 15곳에 의해 수용을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6일 오후 사고를 당한 이 아기는 구급대가 대형병원 5곳을 포함해 접합 수술을 하는 수도권의 병원 대부분에 전화를 돌렸지만 ‘환자가 너무 어려서 안 된다’ ‘진료를 볼 의사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구급차는 출혈이 심한 아기를 태우도고 병원을 찾지 못해 약 40분간 출발조차 하지 못 했다. 아기는 16번 연락을 돌린 끝에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간신히 수술을 받았다.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은 오래 전부터 만성화됐지만 특히 소아는 의사를 찾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의료 수가가 낮아 진료를 할수록 병원이 적자를 보는 구조인데다, 신생아 수가 감소하면서 의사로서 미래가 불투명해진 탓이다. 자녀의 치료 결과가 나쁘면 부모들이 법정 다툼을 벌일 소지가 큰 데다, 환자의 기대여명이 길어 보상액이 수십 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소아외과의가 아닌 당직 외과의가 소아 환자를 응급 수술했다가 장애가 생기자 병원과 함께 1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올 2월 ‘필수의료 패키지’를 내놓은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의료수가 인상 문제부터 현실화한 게 없다. 2027년까지 저(低) 보상 분야 3000여 의료행위의 수가를 인상하겠다고 8월 추가로 발표했을 뿐이다. 오히려 일방적 ‘의대 2000명 증원’ 추진으로 의정 갈등이 격화되면서 사명감으로 필수의료를 택했던 전공의들마저 병원을 박차고 나가는 통에 ‘응급실 뺑뺑이’가 더욱 심각해졌다.

내년엔 신규 전문의 배출 감소로 문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 이탈로 내년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는 올해(2782명) 대비 5분의 1 수준인 566명에 불과하다.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고, 일부 세부 전공은 대(代)가 끊길 판이다.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께 성탄절 선물을 안겨 드리겠다’ 운운하던 여야의정 협의체는 여전히 야당도, 의협과 전공의의 참여도 끌어내지 못한 채 ‘여정(與政)’ 협의체에 그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