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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에 환율 더 뛰고 억누른 가계빚 다시 증가 우려

금리인하에 환율 더 뛰고 억누른 가계빚 다시 증가 우려

Posted November. 29, 2024 08:03,   

Updated November. 29, 202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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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진작 필요성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풀이되지만 시장 예상보다 빠른 인하 조치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승리 이후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거나 최근 겨우 진정된 가계부채 불안이 다시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2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수출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빠르게 내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불안정한 외환시장과 가계빚 부담은 여전한 복병으로 꼽힌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가 극도로 부진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이번 인하로 환율과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전망으로 환율이 치솟은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가 달러 가치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장중 1410원을 넘어 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후 여전히 1390원대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환율 상승 폭이 더 커지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재과열 가능성을 더 큰 문제로 꼽는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4∼6월) 말 대비 18조 원 늘어난 1913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 분기 대비 19조4000억 원 늘며 전체 가계 빚 증가세를 이끌었다. 다만 당국이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 규제에 나섰고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여 4분기(10∼12월) 들어서는 가계 빚 증가세가 꺾여가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추며 다시 가계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 은행들의 대출 총량이 초기화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등할 수도 있다”며 “금리를 미리 내려놓은 상태에서 경기도 안 좋은데 부동산까지 다시 과열되면 그때 가서 대응할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한은이 내년에 이어 내후년 경제성장률까지 하향 조정한 것 역시 시장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강화시켜 부동산 리스크를 더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금융권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위축돼 있어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당장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신아형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