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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 북한군에 가짜 신분증 주고 파병-손실 감춰”

우크라 “러, 북한군에 가짜 신분증 주고 파병-손실 감춰”

Posted December. 24, 2024 08:09,   

Updated December. 24, 20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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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가짜 러시아 신분증으로 신원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측이 북한군이 파병됐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영토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에 대거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22일 러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하고 획득한 군용 신분증 3개를 공개했다. 각각의 신분증에는 김 캉 솔라트 알베르타비치, 동크 잔 수로포비치, 벨레크 아가나크 카폴로비치란 러시아 이름이 표기돼 있다. 하지만 서명란에는 각각 리대혁, 조철호, 방국진이라는 한글이 다른 필기체로 적혀 있었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통상적인 러시아 군용 신분증엔 소유자 사진과 발급 기관 도장도 찍혀 있다. 하지만 이번에 획득한 신분증에는 사진과 도장이 없었다. 또 세 신분증 모두 출생지가 세르게이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장관의 고향인 투바 공화국으로 표기돼 있었다. 특수작전군은 “러시아가 전장에서의 손실을 감추고 북한군의 존재를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이날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을 펼치기 위해 북한군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지만 전술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1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 능선을 뚫기 위해 말라야 로크냐, 체르카스코예 포레치노예, 루스코예 포레치노예 등에 보병 공세를 시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군 동원 전술을 ‘인간 파도(human wave)’, ‘고기 분쇄기(meat grinde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포병 진지를 구축해 버티고 있고, 은폐가 어려운 들판 지역이라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군 내부에선 파병 북한군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쟁 포로를 심문한 내용을 인용해 “그들은(북한군은)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신경 쓰지 않는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북한군 일부가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룬다는 증언도 나왔다. RBC에 따르면 한 러시아군 포로는 “북한군이 훈련장에서 우리 병사들 다리에 총을 쐈고, 조교가 배에 총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인지 러시아 드론인지 신경 쓰지 않고 날아다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쏘아대고 격추시킨다”고 했다.

또 다른 러시아군 포로는 “우리 식량 중 가장 맛있는 것은 메밀죽이지만, 북한군은 훈제 소시지를 먹는다”며 북한군에 대한 좋은 처우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