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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권위주의 독재로 회귀 꿈꿨나

Posted December. 26, 2024 07:43,   

Updated December. 26, 202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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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12·3 계엄선포와 당시 국방장관 등 핵심 가담자들의 망동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윤 대통령이 재임 2년 7개월여 동안 마음 속에 품었던 대한민국의 정치는 무엇이었나.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헌법이 딛고 서 있고, 현실에선 국민 희생으로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공화의 정신과는 먼 것이었다. 권위주의 독재로 돌아가는 걸 꿈꿨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한밤중 무장 병력을 국회에 보냈고, 헌법에 따라 계엄해제 표결에 나선 의원들을 끌어내도록 지시했다.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문 부숴라”는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는 특전사령관의 말은 국헌문란 내란 행위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적 판단 이전에 무력으로 국회를 짓밟을 수 있다거나,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퍼나르는 부정선거론에 사로잡혔다는 점은 두렵기까지 하다.

국회를 비효율적 집단으로 보던 대통령은 올 총선 이후엔 국회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은 듯하다. 그러니 협치하라는 조언과 당부를 그토록 외면했던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이나 국회나, 모두 민심의 대리자란 사실을 망각했다. 윤 대통령 본인은 불과 0.73% 포인트 차이로 이겼을 뿐인데 행정부를 좌지우지하면서,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해 버렸다. 대통령이 계엄의 밤에 경찰청장에게 직접 건넨 체포대상 명단에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전직 대법원장까지 포함돼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결정적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과거로 되돌아가는 듯한 장면이 많았다. 대통령은 올들어 국회에 발을 끊었다. 국회 개원식 불참은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이고,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 불참은 11년 관행을 깬 것이었다. 국군의날 군사 퍼레이드를 10년만에 부활시켰고,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실시한 것은 전두환 정권 이후 처음이다. 정치 시계를 45년 전으로 돌렸다는 말이 틀린 게 없다. 대선 후보 시절 했던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전두환이)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공직 생활 26년을 했다지만, 대통령의 조직운영은 민주적이지 못했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집중되는 정보에 취해 절제를 잃고 발언을 독점하며 토론을 가로막았다. 자신이 임명한 국무위원들이 스스로를 “고양이 앞의 쥐”라고 부를 정도로 위압적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은 강한 권위를 원했지만, 실상은 극소수와만 소통하며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든 듯 하다.

민주주의의 핵심축인 법치도 스스로 무너뜨렸다. 야당에겐 가혹하고 아내에겐 관대한 이중잣대로 검찰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자기 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총선개입 혐의로 기소해 놓고도, 아내와 함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어울려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본인의 육성까지 공개됐지만 거짓말로 둘러대다가 결국 추가 녹음이 나오면서 들통나게 생겼다.

윤 대통령이 자초한 파국은 계엄 때문만은 아니다. 몸에 밴 독선과 독단, 자기 생각만 중요할 뿐 참모건, 야당이건, 여론이건 귀닫아 버리는 낡은 스타일이 쌓이다가 둑이 터진 쪽에 가깝다. 지금의 헌법과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 이전에 시스템의 최정점에 선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면모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