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동생의 전사 통지서를 줬는데 ‘어떤 말도 밖에 하지 말라’고 강조했고, 서류에 지장(指章)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유가족들에게 러시아 파병 군인들의 전사 통지서를 전달하며, 이를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RFA는 북한 평안남도에 있는 유가족의 말을 인용해 “이들이 ‘발설 금지 서약’을 한 뒤 (가족의 죽음에) 오열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북한 내 소식통은 “18일 개천시 당위원회로부터 도당 행사에 참가하라는 통보를 받고 엄마와 함께 평성(평안남도 도청 소재지)에 가서 특수부대에서 군 복무한 동생의 전사 통지서를 받았다”며 “전사 통지서를 수여하는 도당 위원회 행사에서 도당 간부가 ‘(동생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성스러운 전투 훈련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이날 전사 통지서 전달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은 10명가량이었고, 전사자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걸로 알려진 북한군 특수부대 폭풍군단 소속이었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국가에서 우대 물자를 공급받고, 간부 사업 등에서 혜택을 받는다고 RFA는 설명했다. 한미 당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 쿠르스크주 파병 사실을 지난해 10월 공식 확인한 뒤 북한군 전사 사실이 우크라이나군이나 현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데 이어 북한 내부에서도 관련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우크라 군 “북한군 망가진 수류탄으로 전투”
우크라이나 파견 북한군은 열악한 여건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의 미하일로 마카루크 작전 하사는 지난해 12월 27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북한 병사들을 수색한 사실을 전했다. 그는 북한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이 대부분 오래된 칼라시니코프 소총(AK-47)이며, 무전기 같은 현대적 장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병사들이 착용한 칼은 실용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작은 단검 수준”이라며 전투 무기가 허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소지한 수류탄에 대해 “F-1 또는 소련식 수류탄이 아니라, 완전히 망가진 RGO 수류탄(공격용보다 무거운 방어용)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RFA는 마카루크 하사가 이와 관련된 문서나 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아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1만2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12월 30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약 1000명의 북한 병사가 쿠르스크 지역에서 죽거나 다쳤다”며 “쿠르스크 내에서 북한군의 공격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다. 상당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퇴임 앞두고 대규모 추가 군사지원
러시아의 파상 공격에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우크라이나에 25억 달러(약 3조6825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20일 앞두고 나온 조치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나의 남은 임기 동안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수십만 발의 포탄, 수천 발의 로켓, 수백 대의 장갑차를 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미국의 누적 군사 지원액은 614억 달러(약 90조4422억 원)에 달한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새해를 앞두고 300명 이상의 전쟁 포로를 교환했다.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해 12월 30일 러시아가 점령한 마리우폴에서 붙잡힌 자국 군인과 국경 수비대, 민간인 등 189명을 인계받았다. 이번 전쟁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포로 교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