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7일 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5일 만이자,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첫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17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된 데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공수처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영장 청구에 앞서 윤 대통령에게 오전 10시 출석 통보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불응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공수처로 압송된 이후 첫 피의자 조사에서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한 이후 모든 진술을 거부한 바 있다. 16일엔 건강상 이유를 들며 조사에 불응했다. 이에 공수처는 더 이상의 조사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출석 요청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 등을 봉쇄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더불어민주당의 국무위원 등 공직자 탄핵소추 남발, 주요 예산 삭감 등에 맞서 “고도의 정치행위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며 “사법부의 심사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헌법상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인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나서 (의원들을) 끌어내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을)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는 군과 국정원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의 수사기록도 넘겨받은 바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18일 열릴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영장실질심문에 출석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과 피의자 조사에 불응한 만큼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25일경까지 조사를 마무리 한 이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로 사건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허동준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