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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 된 천재 의사의 고군분투… 이국종이 모티브

‘슈퍼 히어로’ 된 천재 의사의 고군분투… 이국종이 모티브

Posted February. 10, 2025 07:24,   

Updated February. 10, 202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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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쟁이 벌어지는 시가지를 달린다. 전쟁통에 포탄이 쏟아지고, 건물들은 무너지기 직전. 급기야 강혁은 미사일을 맞고 내동댕이쳐지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병원에 도착해 수혈용 혈액과 항생제를 꺼내놓곤 거친 숨을 토해놓을 뿐이다. 지금껏 보기 어려웠던 ‘슈퍼 히어로 의사’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강혁이 영웅처럼 전장을 누비는 액션 장면을 앞세운다. 강혁이 한국의 중증외상팀에 부임하는 장면부터 시작한 원작 웹소설·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와 달리 강혁의 비상함을 더 강렬하게 드러내기 위해 호쾌한 액션 장면을 내세운 것이다.

‘중증외상센터’는 해외에 체류했던 강혁이 한국에 돌아와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기의 비결은 강혁의 ‘영웅적 면모’가 두드러진 연출이다. 원작 웹소설이 강혁이 수술에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줘 천재성을 강조하긴 하지만, 드라마는 이를 더 극적으로 구성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만화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강혁의 모습 덕에 쫄깃한 긴장감이 넘친다.

예를 들어 강혁이 환자를 구하기 위해 헬기에서 하강하는 장면은 웹소설에도 있다. 웹소설에서 강혁은 천천히 하강 기구를 착용하고 섬세하게 조작해 구급대원에게 “로프 타고 내려가는 건 완전 정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해 드라마에서 강혁은 씩 웃은 뒤 “먼저 갑니다!”라면서 펄쩍 뛰어내린다. 구두를 신은 채 북한산의 절벽 위를 날아다니며 환자를 구할 정도로 판타지적 면모가 두드러진다.

드라마를 연출한 이도윤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증외상센터에선 눈앞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이들이 울부짖는다”며 “‘영웅’이 나타나 뚝딱뚝딱 환자를 살려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코미디를 강조한 것도 드라마의 특징. 외과 펠로 ‘양재원’(추영우)은 위험한 의료 현장에 파견될 때마다 강혁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고, 당황할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청자에게 폭소를 선사한다.

강혁의 유쾌함도 과장했다. 시종일관 까칠하던 강혁이 나르시시즘에 빠져 잘난 척하는 모습은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아이언맨 같다. 실수하고도 시치미를 떼는 등 강혁의 ‘허당’ 같은 면모도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이다.

이 감독은 “실제 주지훈 배우는 ‘말빨’ 좋고 엄청나게 웃겨서 오히려 드라마 속 강혁보다도 더 ‘아이언맨’ 같은 인물”이라며 “잘난 체하는 모습과 유쾌함을 더해 (현실과) 괴리감이 적은 인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외상외과의 현실을 비추되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으려 하는 드라마에 비해 원작 웹소설엔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의사 출신인 이낙준 작가는 웹소설에서 “대한민국의 중증외상센터에 발전이 없었다는 사실은 굳이 떠들고 말고 할 문제도 아니었다”, “사명감을 가진 의사들이 외상외과에 가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등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웹소설은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모티브로 삼아 쓰였다. 이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 병원장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나 책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세계 최고라 해도 좋을 만큼 의료 강국임에도 외상외과는 여전히 지원이 미비하다. 개인의 사명감에 지나치게 기댈 뿐 시스템적인 개선이 덜 돼 있다”고 했다.


이호재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