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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디바이드’… 시군구 50% “불가”

‘새벽배송 디바이드’… 시군구 50% “불가”

Posted December. 06, 2023 08:00,   

Updated December. 06, 20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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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이 안 되니 삶의 질이 확 떨어졌습니다.”

올해 7월 취업과 함께 광주에서 전남 함평군으로 이사한 김정훈 씨(28)는 새벽배송을 못 쓰는 불편함이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이른 아침 출근해 오후 8, 9시 이후 퇴근하는 만큼 따로 장 볼 시간이 없다. 식재료를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하는데, 낮에 배송받으면 신선도가 떨어져 이른 아침 정해진 시간에 고기, 채소를 갖다 주는 새벽배송은 필수다. 하지만 새벽배송이 아예 없는 곳에 살게 되니 요리를 안 하게 됐고 결국 외식이나 인스턴트 제품 등에 의존하게 됐다. 그는 “건강도 상하고 결국 외식비도 늘게 됐다”고 했다.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에서는 쿠팡, SSG닷컴(이마트),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4개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상거래(이커머스) 혁신의 상징적인 서비스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곳이 서울 등 수도권에 쏠리면서 ‘배송 디바이드(delivery divide)’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생활 격차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5일 국내에서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쿠팡, SSG닷컴(이마트), 마켓컬리, 오아시스 4개의 서비스 가능 지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국 250개 시군구 중 124곳(49.6%)은 새벽배송이 가능한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시청, 구청, 군청 등 기초지자체 행정관청 주소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반면 4개사의 새벽배송이 모두 가능한 지역은 수도권 위주로 총 53곳으로 전체의 21.2%에 그쳤다.

새벽배송은 전날 밤에 신선식품 위주로 주문해 다음 날 새벽에 집 앞으로 바로 배송받는 서비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부터 본격화됐다.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새벽배송 여부가 중요한 생활지표로 자리 잡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새벽배송 불가 지역에 사는 소비자 84%가 새벽배송을 원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새벽배송 확대는 더디다. 새벽배송이 가능하려면 주요 거점에 대형 물류센터를 지어야 하지만 쿠팡,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의 물류망 투자는 경기 침체로 둔화되고 있다. 전국 유통망을 갖춘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외에는 배송을 할 수 없다’라는 유통산업발전법 규제에 막혀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 등 온라인 기업과 달리 오프라인 기업만 사업에 제약을 받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미 대형마트 배송망이 있는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엔 지역 소비자들의 후생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송진호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