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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반 회의로 대법관 후보 42명 심사”…시늉만 내나

“3시간 반 회의로 대법관 후보 42명 심사”…시늉만 내나

Posted May. 21, 2024 08:02,   

Updated May. 21, 20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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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법관 선정 과정에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법원 내부 관계자의 지적이 나왔다. 올해 1월 퇴임한 민유숙·안철상 전 대법관의 후임자 추천위에서 활동했던 안은지 판사는 내부 게시판에 “회의가 1차례에 불과하고 그 시간도 오후 3시부터로 돼 있었다”면서 “모든 심사동의자에 대해 충분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적었다. 추천위는 선임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등 10명으로 구성되며 안 판사는 일반 법관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추천위는 국민 천거를 받은 인사들 가운데 심사에 동의한 사람을 검증해 제청 대상자의 3배수 이상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심사 대상자의 판결문이나 논문 등은 미리 추천위원들에게 제공되지만, 법원행정처에서 별도로 조사한 자료는 회의 당일 배포된다고 한다. 당시 추천위는 3시간 반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42명을 심사해 6명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1명당 5분꼴이다. 자료를 검토하고 논의를 거쳐 추천자까지 정하기에는 너무 빠듯하다.

이렇다 보니 추천할 후보자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심사는 요식 행위 아니냐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2020년 대법관 선정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추천위원장에게 특정인을 언급했고 실제로 그 후보가 대법관에 임명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안 판사가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 절차와 과정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추천위가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대법원 예규로 운영되던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추천위 설치를 법률로 정하고 구성 방식 등도 명시했다. 대법관 선정 과정에서 외부의 영향을 배제하고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견제하라는 게 입법 취지다. 그러려면 추천위 심사가 독립적이고 충실하게 이뤄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대법원은 8월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자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실 있는 심사가 이뤄지도록 추천위 회의 시간을 늘리는 등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이번부터 개선해야 한다. 추천 단계부터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임명동의, 대통령의 임명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단 하나의 소홀함도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