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 작가가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로 1일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받은 걸 계기로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밤의 여행자들은 프랑스 스페인 등 4개국에서 출판 계약을 맺고, 영국에서는 영상 제작사와 판권 계약도 맺었다. 과거에는 국내 작품이 해외에 알려지는 것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판권을 해외에 판매하는 상업적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작가 중 해외 시장에서 작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이들로는 정유정 김영하 김언수 등이 꼽힌다. 김언수의 ‘설계자들’은 미국 영국 그리스 불가리아 등 15개국에서 출판 계약을 맺었다. 미국 영상 제작사와 판권 계약도 이뤄졌다. ‘한국 문학 전도사’로 불리는 영미권 출판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54)를 20일 화상으로 만나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전망을 들어봤다.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보나.
“이미 한국 문학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한국 작품의 성공이 이어지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한국 작가가 세계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건 이미 보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 비해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많이 떨어지지 않나.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으로 인해 한국 문학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졌다.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2년 연속 아카데미 시상식을 흔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덕에 한국 문학을 찾는 영미권 독자들도 늘었다. 미국 할리우드 영상 제작사들이 한국 문학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한국 문학의 어떤 점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까.
“한국 작품에는 운명론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 주인공은 연쇄살인마, 김언수 ‘설계자들’의 주인공은 암살자가 될 운명을 타고난다. 또 한국 작품에는 진실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담겼다. 등장인물이 끝내 진실에 가 닿지 못할지언정 책을 덮은 후에도 깊게 생각할 만한 질문과 여운을 남긴다. 명확히 결론을 내는 할리우드식 결말에 익숙한 영미권 독자들에게는 생소하고 매력적인 서사다.”
―해외 출판계는 한국의 순문학과 장르문학 중 어떤 걸 더 선호하나.
“특정 장르 작품이 상업적으로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둘 거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최근 한국 작가들의 스릴러, 미스터리, 공상과학(SF) 작품이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이 작품들이 인정받은 건 시각이나 소재가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미권에서는 작품 정체성이 명확하기를 바라는 흐름이 있는 만큼 각 작품을 어떻게 마케팅하는지에 따라 상업적 성공의 99%가 결정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한국 작가들은 다양한 주제와 장르에 도전하기에 출판사 한 곳에만 판권을 팔기보다 작품에 따라 여러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게 유리하다. 최근 영미권 출판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중시하는 만큼 작가들이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면 영미권 독자들에게 직접 자신을 알리는 기회가 늘 것이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