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며 이례적으로 만찬을 두 번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번째 식당으로는 1895년 도쿄 중심가 긴자에서 창업한 128년 역사의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가 거론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두 정상이 긴자 일대 식당에서 1차로 식사한 뒤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가는 일정을 양국이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은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경양식 명소 렌가테이가 거론됐다며 “소수 인원만 참석해 두 정상의 신뢰 관계를 깊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각국 정상이 올 때마다 정성을 다해 손님을 접대하는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 문화가 발현됐다는 것이다. 다만 경호 문제 등으로 식당이 바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14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렌가테이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문 앞에는 ‘긴급 정비를 위해 13, 14일 임시 휴무’라는 안내문도 걸렸다. 가게 문을 닫은 줄 모르고 찾은 손님 몇 명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오므라이스를 먹으러 왔다는 60대 일본인 여성은 “일본에서 오므라이스를 처음 내놓은 곳으로 유명한 양식집”이라며 “현 주인은 4대째이며 나는 30년 전부터 단골”이라고 소개했다. 예약을 받지 않아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고도 귀띔했다. 윤 대통령이 들를 수 있다고 기자가 언급하자 옆에 있던 다른 여성은 한국말로 “너무너무 기뻐요”라고 했다. 이 여성은 한국 문화 등에 관심이 많아 최근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렌가테이의 대표 메뉴인 ‘원조 포크커틀릿(돈가스)’과 ‘메이지 탄생 오므라이스’는 각각 2600엔(약 2만5500원)이다. 가장 비싼 비프스테이크는 1만6000엔(약 15만6800원)이다. 맥주, 위스키, 니혼슈(사케) 등 술도 취급한다. 역사가 깊고 옛날식 실내 장식이 그대로라 분위기는 다소 허름한 편이다.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없고 오직 현금만 받는다.
일본은 각국 정상이 올 때마다 ‘맞춤형 오모테나시’를 선보이고 있다. 2018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문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기념해 한글로 ‘취임 1주년 축하드립니다’라고 쓰인 딸기 케이크를 선물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 때 일본식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쿄 ‘핫포엔’에서 만찬을 열었다. 일본은 골프를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에게는 골프 접대를,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에게는 최고급 스시 장인이 만든 스시를 대접했다.
도쿄=이상훈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