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가계빚 부담과 부채 증가 속도가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 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인 17개국 중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DSR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DSR이 높을수록 빚을 갚는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BIS는 주요 17개국의 국민계정을 활용해 분기별로 DSR을 산출한다.
한국은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두 번째로 빨랐다. 한국의 지난해 DSR은 2021년(12.8%)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1.2%포인트 늘어난 호주 다음이다. 17개국 중 절반 이상은 오히려 DSR 비율이 줄면서 가계빚이 안정화됐는데 한국의 가계는 이례적으로 빚 부담이 빨리 늘었다.
한국의 DSR이 빠르게 오른 것은 최근 1, 2년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2021년 연 3.01%에서 지난해 4.66%로 1.65%포인트 상승했다.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의 총량도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05.0%로, 주요 43개국 가운데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최근에는 기준금리가 잇달아 동결되고 부동산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이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금리나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동훈기자 dhlee@donga.com · 신아형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