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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선 침략론’의 뿌리를 찾아

Posted October. 07, 2023 08:09,   

Updated October. 07, 20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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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부산에서 바다 건너 일본 해안에는 인구가 5만 명 남짓 되는 하기(萩)시가 있다. 지금은 야마구치(山口)현에 속해 있지만 일본 에도시대에는 조슈(長州)번을 다스리는 번청이 있던 곳이다. ‘번’은 에도시대 영주가 다스렸던 지역을 말한다.

저자들은 이 조슈번의 발전을 통해 일본의 근대사를 풀어낸다. 조슈는 에도시대 일본에서 4, 5위 안에 드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췄던 큰 번이다. 요시다 쇼인이나 기도 다카요시 등 이곳 출신 사람들이 메이지 유신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이후 일본제국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걸출한 인물들도 배출했다. 우리 입장에선 침략의 원흉들이 대거 몰려 있던 곳인 셈이다. 저자들은 조슈가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희생양이 된 한국의 모습을 짚고, 뿌리 깊은 양국 혐오의 역사를 고찰한다.

1∼3장에서는 조슈 자체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담았다. 조슈가 확장돼 나갔던 과정과 서양이 그에 미친 영향을 되짚었다. 4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보다 깊게 다룬다. 특히 에도시대 말기 등장한 조선 침략론인 ‘정한론(征韓論)’의 대두 과정을 파고든다. 저자들은 삼국시대 이래 일본인들에게 지속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있었기에 정한론이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의 형성 과정을 분석하고, 한반도 혐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침략 이데올로기로 진화했는지도 살펴본다. 일본사에 익숙하지 않으면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진이 풍부하게 수록돼 이해를 돕는다.최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