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오전 북방한계선(NLL) 북방 서해 해상완충구역으로 200발이 넘는 포를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우리 군도 이에 대응해 이날 오후 우리 서해 해상완충구역 내 포 사격을 실시했다. 우리 군이 해상완충구역으로 포를 쏜 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후 처음이다.
남북은 앞서 9·19합의를 통해 NLL 일대 서해 135km, 동해 80km 구간을 완충구역으로 설정하고 포 사격 등을 중지하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이번에 북한 도발에 맞서 우리 역시 완충구역으로 포를 쏘면서 9·19합의가 사실상 전면 파기되는 수순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에 단순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앞으로도 북한 도발에 ‘눈에는 눈’ 비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군이 오늘 오전 9∼11시경까지 백령도 북방 장산곶·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발 이상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은 대부분 해안포에서 발사된 가운데, 우리 국민과 군의 피해는 없었다. 다만 백령도와 연평도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군은 오후 3시부터 연평도 해병대의 K-9 자주포 등을 동원해 우리 해상완충구역으로 포 사격을 실시했다. 앞서 북한은 2022년 10∼11월 6차례에 걸쳐 북측 동·서해 해상완충구역 내 방사포 및 해안포, 미사일 사격 등 대규모 도발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우리 군은 군사합의 위반 관련 대북통지문을 발송하거나 대북 경고 입장을 발표하는 방식 등으로만 대응했다. 같은 해 11월 북한이 쏜 미사일 1발이 동해 NLL을 넘었을 때만 우리 군이 전투기를 띄워 공대지미사일 등 3발을 북측 공해상에 발사했고, 해상완충구역으로 우리 군이 사격을 실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샛별-4형’ 등 지난해 공개한 신형 무인기를 4월 총선 전 남측으로 침투시키는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들을 콘크리트까지 이용해 최근 완전 복원에 나선 북한이 그 일대에서 국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적들의 무모한 도발 책동으로 (인해) 언제든지 무력 충돌이 생길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