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수 1년여가 지난 지금 현재의 두산중공업은 한국의 대표적인 민영화 성공사례로 손꼽히며 두산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두산중공업은 시멘트, 제철, 내연설비 등 ‘돈이 되지 않는’ 사업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인력도 1000명이나 줄였다. 그 결과 순이익은 2000년 248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4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임원 수는 한국중공업 시절 70명에서 현재는 박용성(朴容晟) 회장을 포함해 38명으로 줄었다. 모두 전문가들이다. 과거처럼 사업과 전혀 무관한 군출신 장성이나 정부관료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민영화와 동시에 생산본부, 기술본부 등 기능별 조직이 원자력BG(Business Group), 발전기BG 등 사업부제로 바뀌면서 중공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한국중공업의 마지막 사장을 지냈던 윤영석(尹永錫) 부회장은 민영화 작업을 무리없이 마무리한 뒤 두산중공업 초대 사장을 지내다 지난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우조선 사장, ㈜대우 사장, 대우중공업 회장 등 대우그룹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했고 중공업계의 ‘마당발’로 불린다. 통역을 쓰지 않을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다.
77년 한국중공업에 사원으로 입사한 김상갑(金相甲) 사장은 40년 가까운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 역사상 한국중공업 공채출신 중 처음으로 지난달 CEO가 돼 화제가 됐다. 기획, 구매, 영업, 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한 정통 ‘중공업맨’이다. 스키동호회, 마라톤동호회 회원이며 매일 출근 전 30분씩 사내 헬스클럽을 들를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
건설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창식(李昌植) 부사장은 73년부터 30년 가까이 한국중공업에만 몸을 담은 경영인. 지원부문장인 김종세(金鐘世) 부사장은 한국전력을 거쳐 83년 과장으로 한국중공업에 입사해 전문경영인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OB맥주 부사장에서 두산중공업 재무관리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윤영준(尹榮埈) 부사장은 수익구조 개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담수BG장을 맡고 있는 구성모(具性謨) 부사장은 담수설비 분야에서 ‘세계 1인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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