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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지금 ‘女政시대’ ...영하원 650명중 여성 200명 첫 돌파

유럽은 지금 ‘女政시대’ ...영하원 650명중 여성 200명 첫 돌파

Posted June. 12, 2017 08:50,   

Updated June. 12, 20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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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3년 6월 8일 국왕 조지 5세의 경주마가 런던 인근 엡섬다운스 더비(경마)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던 순간, 여성 참정운동가 한 명이 말을 향해 몸을 던졌다. 사흘 뒤 사망한 에밀리 데이비슨은 ‘여성들은 비논리적이고 변덕스러워 투표의 책임을 질 수 없다’는 해괴망측한 남성들의 논리를 향해 몸을 던진 것이었다. 옥스퍼드대 영문과 출신 엘리트 여성의 행동에 놀란 남성들은 5년 뒤(1918년)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했다.

 그녀의 사망 이후 정확히 104년이 흐른 8일. 영국 의회의 여성 의원 수는 최초로 ‘마의 200명’ 벽을 깼다. 이날 치러진 총선에서 새로 당선된 하원의원 650명 중 208명이 여성이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총선 때마다 여성 당선자는 20명 안팎, 전체 의원의 5%에 불과했다. 그러다 1992년 처음으로 50명 벽이 깨지자 그때부터 봇물 터지듯 여성 의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다음 선거인 1997년 선거에선 여성 의원 120명이 당선됐고, 2015년 191명으로 불어났다.

 유럽은 그야말로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여성 투톱은 물론이고 여성 정치인을 리더로 받아들인 야당도 수두룩하다. 영국의 여성 의원 비율 32%는 전 세계 46위에 불과하다. 특히 유럽은 빠르게 50% 남녀 동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페인 등은 여성 의원 비율이 40%를 넘었고 노르웨이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도 30% 후반대다. 여성 의원 비율이 19.1%에 불과한 미국은 전 세계 101위다.

 선출직이 아닌 내각은 이미 명실상부한 남녀평등을 이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장관 22명 중 정확히 절반인 11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여성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국방장관 자리를 모두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더 이상 남성의 성역은 없다.

 정당마다 여성 비율이 다른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아무래도 보수적인 우파 정당은 여성 의원 비율이 떨어진다. 이번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 당선자 중 여성은 21%로 노동당(45%)보다 훨씬 적다. 11일 총선을 치르는 프랑스도 비슷하다. 여성 출마자는 전체 42%로 역대 최다이다. 우파 공화당 공천자 중 39%가 여성인 데 비해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연대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여성 공천자 비율이 53%로 이미 남성을 넘어섰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는 남녀 동수 비율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총선에서 300석 중 51석을 여성이 차지한 한국은 17%로 전 세계 116위다. 그나마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 덕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7.8%)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여성 국회의원 30% 법제화 △임기 내 내각 남녀 동수 달성을 내걸었다. 인사청문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후보자가 대표적인 발탁 케이스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여성 지도자를 찾아내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도 내각에 임명할 여성 적임자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마크롱 대통령도 올해 1월 “여성 공천자로 절반 채우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11일 프랑스 총선에서 여성 정치인이 얼마나 약진하느냐는 여성의 세계 정치 진출 확대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