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대중()은 군중()이 될 수도 있고, 공중()이 될 수도 있다. 정치학 개론서에 나오는 말이다. 군중은 충동적이고, 부화뇌동하기 쉬우며, 맹목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기 쉽다. 반면 공중은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갖고 있어 건전한 여론 형성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세계의 대중이라 할 누리꾼(네티즌)은 어디에 속할까.
무차별적인 인신공격 등 인터넷에 의해 개인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일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익명()의 장막 뒤에 숨어서 쏘아대는 포화에는 공인()이건 범인()이건 속수무책이다. 누리꾼이 정치 영역에 끼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홈페이지는 소수 당게(당원 게시판) 낭인의 글에 점령되다시피 했다. 정책 결정과 인터넷 여론 간의 상관관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누리꾼의 일방적 여론몰이를 빗대 네카시즘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네티즌과 매카시즘을 합친 조어()다. 매카시즘은 1950년대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소동을 일컫는 말로, 당시 상원의원 매카시가 주도한 마녀사냥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다. 누리꾼의 근거 없는 인신공격이 매카시즘과 닮은 구석이 없지 않다. 누리꾼은 미운 사람 손보기를 성지 순례라고 부른다는데 독기()마저 느껴진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며칠 전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보장할 분야와 실명()이 따라야 할 분야가 정리돼야 한다며 인터넷 실명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후의 최근 조사에서도 실명제 찬성률이 79%로 반대 20%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실명제가 도입되면 근거 없는 욕설과 비방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개인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도 있다. 일부 인터넷 군중이 전체 물을 흐려 놓은 결과다. 이걸 자업자득()이라고 한다면, 양식 있는 인터넷 공중에겐 너무 억울한 것 아닌가.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