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불법 수출 의혹을 받아 온 한 국내 기업의 혐의가 일부 확인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방사성 물질 취급업체인 K사는 지난해 말 삼중수소(트리튬), 니켈63, 이리듐 등 핵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물질을 이란에 판매한 의혹이 제기돼 조사를 받은 결과 일부 사실이 확인됐다.
산자부 심성근() 전략물자제도과장은 K사는 반드시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1종 전략물자인 삼중수소는 반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러시아에서 이리듐과 니켈63을 수입해 이란에 재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략물자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로 1종과 2종으로 나뉜다.
K사가 이란에 수출한 이리듐과 니켈63은 1종 전략물자는 아니지만 WMD 제조에 쓰일 수 있어 국제사회가 감시 대상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관련법의 미비로 K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대외무역법에 따르면 전략물자를 허가 없이 수출하면 처벌할 수 있지만 중개무역은 관련 규정이 없어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
또 올해 7월부터 2종 전략물자라도 WMD 제조 혐의가 있는 국가에 수출할 때는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지만 K사의 중개무역은 작년 말 이루어졌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K사를 제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전략물자 수출통제 협정 국가들은 내국법으로 전략물자를 불법 수출한 기업에 대해 최장 20년간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심 과장은 한국은 전략물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국제사회가 한국 기업의 전략물자 수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본보기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