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북관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정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정부가 북한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 추진을 제안할 것인지 여부이다.
남시욱(전 문화일보 사장) 세종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12월 14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총동문회 초청 조찬강연회에서 2006년 정부의 연방제 추진설()을 제기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에 보낸 영상연설에서 남측의 남북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합해 통일의 1단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두 안의 공통된 골자는 남북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 등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보유한 상태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남북 통합의 제도화를 논의하자는 것.
낮은 단계의 연방제 추진 제안설은 정치적으로 큰 폭발력을 갖고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정치 지형을 찬반양론으로 갈라놓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평화체제 구축을 명분으로 추진 중인 남북정상회담 개최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 여부와 상관없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실제 추진되기는 힘들 것으로 고 교수는 예상했다.
헌법 개정과 연관된 주권과 영토 문제 등을 둘러싸고 남한 내 보수와 진보 진영 간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청와대와 대북 문제를 전담하는 정부 부처들도 낮은 단계의 연방제 추진설은 말 그대로 설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의 실현도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두 가지 사안이 기반이 돼야 할 남북 통합의 제도화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명건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