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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시장의 일본 기술만능 덫에 빠졌다

Posted June. 02, 200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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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진출한 일본 전자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카메라와 TV에서 결함이 잇따라 발견돼 신뢰도에 금이 가는가 하면 노트북컴퓨터, 휴대전화 등 주요 정보기술(IT) 제품의 중국 시장 내 점유율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점유율 하락에 고심하던 도시바와 미쓰비시는 지난해 휴대전화 사업을 아예 접고 스스로 퇴출 결정을 내렸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동안 일본 기업의 탈()중국 현상을 차이나 리스크로 해석해 왔다. 위안화 절상, 인건비 상승 등 경영여건의 악화로 일본기업이 인도나 베트남 등 대안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다른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의 중국 탈출은 기술만능에 빠져 현지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 국내 기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악재 겹치는 중국 진출 일본기업

1일 KOTRA에 따르면 중국 수입시장에서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8년 20.2%에서 올해 4월 말(누적 기준) 현재 14.6%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제품의 비중이 10.7%에서 11.5%로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양국의 전기전자제품 수출실적은 1998년 한국이 일본의 30%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98.6%로 차가 거의 없어졌다.

중국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외면은 지난해 유독 일본기업들의 악재가 겹치면서 심해졌다.

일본의 대표 가전기업인 소니가 지난해 11월 디지털카메라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견돼 중국 정부로부터 판매 불합격 판정을 받는 수모를 겪는가 하면 TV와 캠코더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또 마쓰시타 등 일본의 주요 가전기업들이 평면 컬러TV에서 중국 동종업계의 100배에 이르는 폭리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일본제품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일본의 실패는 반면교사()

중국시장에서 거듭되는 일본 기업의 실패 원인을 두고 일본 기업 안팎에서는 유아독존()식 마케팅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본은 이미 1980년대에 중국에 눈을 돌려 한국 등 경쟁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는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현지화 전략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

다국적 광고회사 오길비 앤드 매더의 마일즈 영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은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본사에서 세운 마케팅 전략을 고집했다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 전략은 당초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현지인들에게 친밀감을 쌓지 못한 채 첨단기술로만 승부하려 했던 기술만능주의도 패인의 하나로 꼽힌다.

일본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위해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옮기면서도 기술유출을 우려해 본사 직원의 파견기간을 3년으로 한정했다.

짧은 기간에 실적을 올리려다 보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중국 현지와의 장기적 유대 관계보다는 기술우위만을 앞세워 단기적 이윤 뽑기에 급급했다는 것.

KOTRA 상하이무역관의 박한진 차장은 일본기업 내부에서는 기술만능에 빠져 현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도 일본의 경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일본에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 법인에 대한 의사결정권 확대 등 지속적인 현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창원 곽민영 changkim@donga.com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