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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대통령, 선거 참패를 국민 수준 탓으로 돌리나

[사설] 노대통령, 선거 참패를 국민 수준 탓으로 돌리나

Posted June. 05, 200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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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최악의 참패로 기록된 53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는 2일 각 부처 홍보책임자들과의 토론회에서 한두 번 선거 결과가 나라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이지만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던 선거 다음날의 엇나간 발언에 이어 아예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를 노 정권 3년 3개월에 대한 국민의 탄핵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본보가 열린우리당 수도권 의원 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8명이 대통령 책임, 20명이 대통령과 당의 공동책임이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앞장서서 선거 불복을 선언하고 내 갈 길을 가겠다고 하니, 그 독선과 아집이 두렵기조차 하다. 대통령이 이러니, 그동안 민생을 어렵게 만든 정치와 정책이 개선되기 어렵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은 선거 참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말해야 할 장면에서 느닷없이 그 나라의 제도나 의식, 문화, 정치구조 등의 수준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불리할 때 핵심을 비켜가는 그의 화법에는 많은 국민이 익숙해져 있겠지만 국민의 수준이 낮아서 저런 선거결과가 나왔다는 식의 태도엔 분노가 치민다. 유권자들이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시켜주고,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을 국회 과반의석 정당으로 만들어 주었을 땐 국민이 대통령이니 위대한 선택이니 했던 그다.

노 대통령은 집권 이래 자신이 일으킨 국민과의 불화를 해소하기는커녕 더 증폭시켜보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것인가. 대통령이 이렇게 막 가면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수렴해서 국정 전반을 재점검하는 일은 요원해진다. 민심과 유리된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이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물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의 수준을 말하기 전에 이젠 국민이 대통령의 수준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