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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가 단서 치열한 두뇌싸움

Posted August. 03, 200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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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이익을 위해 산업 기밀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쪽과 이를 차단하려는 정보 당국 간의 총성 없는 첩보 전쟁이 국경을 초월해 세계 시장 곳곳에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첩보의 단서는 대부분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해당 업체에서 벌어진 사소한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2004년 5월 적발된 휴대전화 업체 P사의 기밀 유출 사건은 20대 여직원이 1000만 원이 넘는 성과급이 지급되기 한 달 전에 별다른 이유 없이 회사를 그만둔 것을 의아하게 여긴 데서 추적이 시작됐다.

국정원은 여직원의 행적을 뒤쫓다가 8명의 연구원이 회사를 차례차례 그만두고 최신 휴대전화 제조기술을 홍콩 업체에 넘겨주려 한다는 정보를 포착해 유출 직전에 검찰과 함께 이들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유출됐다면 연간 1조500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됐다.

한두 마디의 막연한 제보도 실마리가 된다. 2003년 5월 한밤중에 국정원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미국에 있는 사람이라고만 밝힌 이 제보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하는 것 같다. S사 측 사람과 함께 최신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기술을 외국에 팔아먹으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S사 주변을 조사한 결과 이사 승진에서 탈락한 정모 씨를 주목하게 됐고,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정 씨의 후배가 PDP 관련 기술을 넘기면 건당 2억 원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한 사실을 알아냈다. 남은 것은 증거를 확보하는 일.

국정원은 정 씨가 우편을 이용해 기밀 자료를 해외로 보낼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며칠 동안 정 씨가 사는 집 주변의 우체국 20여 곳에서 모든 우편물을 일일이 검사했지만 확증을 잡지 못했다. 최후 수단으로 정 씨의 개인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회사의 핵심 기밀을 보관하고 있던 그를 체포할 수 있었다.

국정원이 2003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사례는 총 72건. 이 중 54건(75%)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관련 기술이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부품 소재 등 기술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