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지난달 말 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 불합격 판정을 내린 데 대해 미국 농무장관이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교역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미국산 쇠고기를 정밀 검사한 결과 손톱만 한 크기의 뼛조각이 발견돼 24일 통관 불합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5차 협상 등 양국 간 통상, 무역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이래선 교역할 수 없다
9t이 넘는 쇠고기 속에서 작디작은 연골 조각을 찾아낼 정도로 까다롭게 해야 하는 건지실망스럽다.(미국 농무부 척 램버트 부차관)
램버트 부차관이 27일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실망스럽다고 비난한 데 이어 28일에는 마이크 조핸스 농무장관까지 나섰다.
그는 기자들에게 한국은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기준을 만들어(invent)냈다며 그들은 작은 연골조작을 찾아냈는데 그게 누구에게도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그걸 인정하면서도 선적물량 전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 검사에만 3주일을 보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교역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광우병 파동 이전 연간 12억 달러(약 1조1400억 원)어치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일본(14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다.
물론 이런 강한 비난은 미국의 쇠고기 수출업계 및 이들을 대변하는 의원들의 불만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 근저엔 국제교역상 샘플 조사가 상식인데 도대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그토록 까다롭게 대하는 이유가 뭐냐는 불만이 깔려 있다.
에이미 잭슨 전 무역대표부(USTR) 부차관보는 28일 한 토론회에서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한국이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해놓고 룰을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도 한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뼈 없는 쇠고기의 수입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 안전 기준보다 엄격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양국 주장 팽팽히 맞서
미국 정부와 업계의 주장은 한마디로 한국의 검역기준이 비상식적으로 엄격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미 양국은 올해 1월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제거한 살코기만을 수입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몇 t이나 되는 쇠고기를 모두 X선 검사까지 해가며 손톱만 한 크기의 뼛조각이 발견됐다고 해서 통관을 안 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한국 정부도 소의 두개골과 척추를 제외한 뼈가 광우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물질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도 수입 재개 조건에서 뼈를 제외한 것은 뼈 안에 광우병 위험물질인 척수가 끼어 있을 수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지적 때문이었다.
이런 조건은 수입물량 자체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온다.
수입이 금지되기 이전인 2003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약 66%가 뼈 있는 갈비였다. 뼈를 제외한 갈비살만 들여오게 되면 수입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40kg짜리 갈비 한 상자에서 살만 발라내면 810kg만 남는다고 말했다.
농림부도 뼛조각이 발견된 뒤 처리 방향을 놓고 고민했지만 한미 합의가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봐줄 경우 국내에서 반발이 클 것을 우려해 원칙대로 통관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한미 FTA 협상에도 영향
미국 정부의 강한 불만이 교역정책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한미 양국 교역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전량 정밀조사를 해 아주 작은 문제까지 적발하기 시작한다면 엄청난 통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쇠고기 검역 문제는 당장 다음달 초 미국 몬태나 주에서 열리는 한미 FTA 제5차 협상에서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위생검역 분과 협상에서 쇠고기에 대한 검역조건 완화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이와 별도로 쇠고기에 대한 관세(40%)를 철폐하라는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 국내 기업들이 대미() 수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내심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