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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르크스의 부활

Posted April. 11, 200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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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는 1883년 3월 14일 사망했다. 살아있다면 189세다. 그가 부활해 노숙자로 현대를 살아간다면 어떤 일기를 쓸까. 칼 마르크스라는 오스트리아의 동명이인 소설가가 그 가상() 일기를 소재로 2003년 자본론 범죄라는 추리소설을 썼다. 이 소설에서 마르크스는 신적() 존재가 될 수 있었는데 공산혁명 결과 낙원이 도래 한다고 입방정을 떠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자탄하는 대목이 나온다. 과학적 진리라던 예언적 역사관과 경제 결정론의 실수를 인정한 것이다.

그래도 영국의 BBC 라디오가 2년 전 청취자를 대상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조사한 결과 마르크스는 27.9%를 얻어 흄(12.7%) 비트겐슈타인(6.8%) 니체(6.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보고 좌파 진보학자들은 공산권은 몰락했지만 마르크스이론이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문제 설명에 유효하다는 증거라며 기세를 올렸다.

최근 영국 국방부가 30년 뒤를 예측해 펴낸 미래전략환경전망보고서에서도 마르크스의 부활가능성이 예고됐다. 슈퍼리치(초부유층)와 중산층 간의 경제격차가 커지면서 중산층이 도시빈민층과 연대해 계급혁명의 주도세력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도덕적 상대주의와 실용적 가치가 팽배하면서 대중이 마르크스주의 같은 교조적 이념에 더욱 빠지기 쉬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념논쟁은 종언()을 고했다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식 논리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의 그늘에도 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승자독식()구조의 확대에 따른 빈부격차의 심화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마르크스의 우려의 본질은 잊은 채 극단적 민족주의로만 치닫는 한국의 좌파()다. 마르크스가 오늘 한국에 온다면 북한만 오매불망 쳐다보며 끌려 다니는 우리 사회의 좌파를 향해 내 본 뜻을 왜곡 말라고 질타할 듯싶다.

이 동 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