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에 직접 투자하든지 한국 기업을 설득해 투자하도록 해 달라.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연결될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에 대한 러시아의 요청을 요약하면 이렇다.
러시아는 2001년 7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다녀간 이후 TSR에 연결된 북한 철로 구간 현대화에 공을 들여왔다.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은 지난해 3월 김용삼 북한 철도상을 만나 북한 구간 개량 문제를 러시아의 재량에 맡기겠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러시아와 북한은 또 3월 나진항에 화물터미널을 건설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러시아는 북한 구간이 현대화될 것을 전제로 TSR 지선인 우수리스크하산 구간에서 이미 철도 복선화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공사가 완성되면 러시아 하산북한 나진 구간 현대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러시아가 북한 구간 철도의 개보수나 현대화를 필요로 하는 것은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 등에서 생산되는 석유 운송에 필요하고 전략적 이해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즉 시베리아에서 뽑아 올린 석유와 액화가스 등 천연자원을 북한 나진항까지 운반하면 러시아는 유럽 중심의 석유 수출 통로를 다변화할 수 있다.
러시아 철도청 관계자는 러시아 원유가 철도를 타고 북한까지 간다면 러시아는 한국과 일본으로 가는 수출 루트를 하나 더 얻는 셈이라며 그러면 유럽에 대한 석유 가격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월 현지 취재 당시 하산에서는 TSR 지선을 통해 운반된 시베리아산 원유가 수송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당시 러시아 연해주 관리들은 북한과 접경한 하산까지 철도와 도로가 건설되면서 연해주 극동 지역 주민들의 실업률이 크게 줄고 인구 감소도 멈추었다며 북한과 철로가 연결되면 더욱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한 내부 구간 철도 현대화에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참여를 바라는 것은 자금 부족과 위험 분산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철도공사는 연간 20억 달러 이상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 회사가 북한 구간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크렘린은 로스네프티 등 러시아 석유 회사가 공사 자금을 대는 방안을 검토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나진항 철도 현대화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전기 수도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은 러시아가 맡아 주기를 요청했다. 이럴 경우 북한 내 철도 현대화 및 인프라 구축비용은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
정위용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