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학생들도 이제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만 열심히 할 게 아니라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보살피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김용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2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인 다트머스대 총장 내정 발표 직후 뉴욕특파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다트머스 등 미 동부 8개 명문 사립대를 일컫는 아이비리그는 미국의 미래 지도자 양성을 주도하는 대학들로 지금까지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계가 총장에 선임된 적이 없었다.
열흘 전쯤 총장직 제의를 받았다는 김 총장 내정자는 5세 때 미국으로 이민왔는데 이제 아이비리그 총장을 맡게 돼 한국 이민사회를 대표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매우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다트머스대는 현 총장이 퇴임 의사를 밝힌 이후 작년 6월부터 400여 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선임 작업을 벌여왔다.
아시아계 가정이 딱 2가구에 그칠 정도로 낯설었던 미국 중부 아이오와 주 머스커틴으로 이민을 온 김 내정자는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 박사와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년 넘게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그는 학자로 머물지 않고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에이즈와 결핵 등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퇴치활동을 주도하며 인도주의적 활동과 국제 의료활동으로도 명성을 쌓아왔다.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으로 임명돼 전 세계적인 에이즈 퇴치 프로그램 확대를 주도했다. 2005년에는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그를 미국의 최고 25인 지도자로 선정했고, 2006년에는 타임이 2006년 세상을 변화시킨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뽑았다.
김 내정자는 앞으로 질병퇴치 활동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는 내 스스로 몸을 던져 질병퇴치 등에 나섰지만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차세대들을 가르치는 일에 주력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2일 다트머스대에서 연설을 통해 누구보다 부모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며 가장 실질적인 직업인 치과의사로 일했던 아버지는 내게 근면의 미덕을 가르쳤고 철학을 공부한 어머니는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2006년 5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저개발국 의료 지원에 너무 인색하다며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도 눈을 돌렸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치영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