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이 녹색성장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우리나라가 가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또 하나의 수출 효자 품목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발전 기술은 선진국의 7080% 수준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가 희미하다. 최근에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에 국내 시장에서도 밀리는 형편이다.
지난해 중국 업체 약진
19일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태양전지모듈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공급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6%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 기업은 국내 소비 태양전지모듈의 53%가량을 공급해 최대 공급 국가로 부상했다. 중국제품 비중은 2006년 0%였지만 2008년 23%, 2009년 53%로 급증세를 보였다.
중국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이유는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효율(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정도)은 미국, 일본산보다 조금 낮으나 싼 가격이 이 같은 단점을 커버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지난해 중국 선텍파워, 잉리, JA솔라는 글로벌 태양전지 시장에서 각각 2, 5, 6위를 차지했다. 반면 국내 업체는 시장점유율에서 글로벌 톱10에 끼지 못했다. 글로벌 톱10 업체는 1위 미국 퍼스트솔라에 이어 중국 선텍파워, 일본 샤프 등의 순이다.
태양광 발전에서도 샌드위치 신세
전문가들은 국내 태양광 발전 산업이 기술력과 가격, 두 가지 면을 고려할 때 샌드위치 신세라고 평가한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선진 업체들과 우리나라 업체들의 기술 수준을 비교한 결과, 해외선도기업 수준이 100이라면 국내 업체의 기술은 폴리실리콘 80, 잉곳웨이퍼 70, 실리콘 태양전지 80, 모듈 70, 시스템 70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삼성전자, 신성홀딩스가 에너지전환효율 18%대의 태양전지를 개발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으나 미국, 일본 업체의 에너지전환효율은 2022%에 달한다.
반면 가격경쟁력은 중국산을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가 지난해 11월 국내 업체 1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중국산이 108 정도로 더 경쟁력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올해와 내년 승부수 던져야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에 글로벌 태양광 산업의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팽창 속도 및 그리드패리티(신재생에너지 전기 생산 단가와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 생산 단가가 동일해지는 지점)가 다가오는 속도를 고려한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세계 태양전지 시장 규모가 38% 성장할 것이라며 태양전지셀과 모듈의 가격 하락은 그리드패리티의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의 태양광 산업 전문가들은 그리드패리티가 오는 시점을 3년 전만 해도 2020년으로 봤으나 최근에는 2015년으로 크게 앞당겼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 웅진그룹, STX솔라가 폴리실리콘과 잉곳, 태양전지 셀 및 모듈을 생산하고 최근 삼성전자, LG전자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개발 속도를 좀 더 높여 고효율, 저비용의 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정식 세계 태양에너지 엑스포 조직위원장은 태양광 산업은 내수보다 수출을 기대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올해와 내년에 세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앞으로 명함조차 내밀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학도 웅진에너지 대표는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자동화 생산 설비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추고 폴리실리콘의 순도와 잉곳, 웨이퍼, 태양전지 셀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