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가 연이어 실패하면서 우주개발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단기 목표에만 매달리다 보니 나로호가 이벤트성 발사로 변질됐다며 차세대 한국형 발사체(KSLV-) 개발 사업은 기술 확보를 목표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연구원들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중요한 인적 자원인 만큼 이들이 발사체 개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2020년까지 1.5t 위성을 쏠 수 있는 발사체 개발이 목표다.
탁민제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가 90년 동안 개발한 기술을 5000억 원을 들여 단기간에 개발하려던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탁 교수는 2000년대 초 나로호 개발을 논의할 때 5년 안에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 심했다며 경제성이나 성과를 먼저 따지는 연구전략이 이번 실패를 낳았다며 아쉬워했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도 나로호 프로젝트의 핵심은 로켓 개발과 기술 확보인데, 위성을 쏘는 식으로 알리다 보니 본질이 흐려졌다고 지적했다. 너무 빨리, 너무 큰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러시아에서 로켓을 사오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중단 없는 우주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개발을 통해 한국을 손바닥 보듯 관찰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로켓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전략이다. 교육과학기술부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체 개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승조 교수는 2020년 단번에 75t 엔진 4개를 결합한 KSLV-를 쏘려고 하기보다 그 이전에 엔진 1, 2개를 단 나로호1.5 등 중간 단계의 발사체를 쏘는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연 전동혁 dream@donga.com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