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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정상회의 개회선언지 신경전 (일)

Posted May. 12, 201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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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60km 떨어진 곳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까. 정부가 21, 22일 일본에서 열리는 제4회 한중일 정상회의 개회 선언을 후쿠시마 현 청사에서 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 후반 한중일 정상회의를 후쿠시마에서 여는 방안을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과 중국에 전달했다. 한국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3개국 순방이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원자바오() 총리를 위험 지역에 보낼 수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방한 중인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11일 장원삼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과 만나 후쿠시마 개최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협의 결과를 소개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에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행사 장소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흔쾌히 돕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0.1%의 위험요인도 차단해야 할 상대국 정상을 위험 지역으로 초대한 것은 외교관례상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일본 측은 원전에서 30km 반경을 피난구역으로 선포했고, 3050km에 있는 일부 지역도 토양 및 대기 방사선량에 따라 피난을 권고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 범위를 80km로 넓게 잡고 있다. 따라서 후쿠시마 현 청사는 한국 정부가 지정한 대피권고 지역에 위치한다.

일본 측은 후쿠시마 시의 10일 방사선량은 시간당 1.55mSv(마이크로시버트)로 다른 지역보다는 높기는 하지만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11일 후쿠시마를 방문한 것을 근거로 위험성이 없다고 한국과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의 갑작스러운 제안은 한중 정상의 민간 외교 일정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원 총리는 쓰나미(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센다이를 방문해 피해 주민과 자국 교민을 위로할 계획을 세웠다. 최근에는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도 센다이를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곰 인형을 선물하면서 차분한 친선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일본의 제안은 이왕 센다이와 도쿄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센다이후쿠시마도쿄의 동선을 택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간 나오토() 총리는 원전 사고 복구 과정의 소극적 리더십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렸고, 일본의 원전기술과 식료품도 해외 시장에서 안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따라서 일본으로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카드인 셈이다.



김승련 윤종구 srkim@donga.com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