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일사법시험 동시합격한 토종 한국청년 3명 그들에게 물었다

일사법시험 동시합격한 토종 한국청년 3명 그들에게 물었다

Posted November. 02, 2011 07:03,   

日本語

올해 일본 사법시험에서 한국의 20대 청년 3명이 동시 합격해 일본 법조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2004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실시된 사시에서 한국인 합격자가 한 해에 3명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일본인도 붙기 어렵다는 사시를 한번에 통과한 주인공들을 29일 도쿄에서 만났다. 올해 3월 게이오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영민 씨(29), 도쿄대 로스쿨을 졸업한 명맑음 씨(27여)와 조우상 씨(26)는 인터뷰 내내 재치가 넘치고 발랄했다.

김 씨와 명 씨는 각각 성균관대 법대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조 씨만 일본에서 게이오대 법학과를 나왔다. 김 씨는 2005년 고베대에서 교환학생을 한 경험이 일본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 그는 일본에서의 짧지만 소중한 경험이 인생진로를 바꿨다고 했다. 명 씨는 일본 대중음악과 소설을 좋아하다 일본어를 독학하게 됐고 사시까지 도전하게 됐다. 부친이 일본과 무역업을 하는 조 씨 역시 일찍부터 일본 문화에 젖어들었다. 세 사람 모두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끌리는 대로 살다 보니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사시 준비가 많이 어려웠을 텐데요.

머리가 좋지 않아 질보다 양으로 승부했습니다. 로스쿨 재학 기간 내내 잠자고 먹는 시간 외에는 공부만 한 것 같습니다.(김 씨)

꾸준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했습니다. 한국 사시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 혼란스럽고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먼저 일본에서 합격했으니 이제는 한국 사시에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조 씨)

3년 과정이어서 첫 2년 동안은 좀 느긋하게 준비했지만 마지막 1년은 자는 시간 빼고 공부만 했습니다. 나중에는 왜 이렇게 사나라며 후회하기도 했습니다(웃음).(명 씨)

일본에는 총 74개의 로스쿨이 있다. 해마다 3600여 명이 입학하지만 사시 합격률은 23.5%(올해 기준)에 불과하다.

이들은 시험기간에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약속이나 한 듯 311 동일본 대지진이었다고 답했다. 5월 시험을 앞두고 한창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할 때에 대지진이 터져 몹시 원망스러웠다는 것. 지진으로 학교까지 폐쇄돼 그나마 유일한 휴식이 되어 주던 등하굣길 산책의 여유마저 빼앗겼다.

한국 사시에 비하면 일본 사시는 어떤가요.

(일본 기출문제를 보여주며) 일본은 구체적인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묻기 때문에 시험문제가 길고 매우 실무적입니다(조 씨)

실제로 민법 시험문제를 보니 문제만 3쪽이고 문제와는 별도로 뒷부분에 대차대조표 등의 참고자료가 붙어있다. 참고자료까지 모두 활용해 답을 써야 해 답안지가 10여 쪽에 이른다.

이들은 사시에 합격했지만 외국인이어서 판사나 검사로 임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왜 한국이나 미국 로스쿨을 마다하고 굳이 일본 로스쿨을 택했을까. 게다가 일본 변호사는 절반 가까이가 일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하다.

김 씨는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많아도 한일 양국을 두루 아는 법조인은 부족하다는 것. 조 씨는 한일 기업간 교류가 늘고 일반인들이 사업할 기회도 늘면서 국제 송사 업무 기회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원 동기에 걸맞게 이들의 꿈도 다부졌다.

조 씨는 일본의 전근대적인 법조항을 상대로 위헌소송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는 여성이 이혼한 후 6개월간은 재혼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불합리한 법률이 남아있는데 이를 바꿔보고 싶다는 것. 외교관이 꿈이었던 명 씨는 기업간 인수합병(M&A)이나 금융 조세 분야에 전문성을 쌓아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한일 두 나라는 가까우면서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며 대중문화가 아닌 전문가 영역에서 양국 교류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