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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의 한국인 교수-제자 DNA분리 마의 24시 깼다 (일)

도쿄대의 한국인 교수-제자 DNA분리 마의 24시 깼다 (일)

Posted March. 24, 201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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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DNA) 분석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일본 도쿄대 공대의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개발됐다. 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단위의 곡면 기판에 전기회로를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혁신 기술도 같은 대학의 또 다른 한국인 과학자에게서 나왔다.

주인공은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도쿄대 제2공학부의 전신)의 박경덕 박사(39)와 박종호 박사(33). 이들의 연구는 나노 메카트로닉스(기기)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나란히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은 세계의 나노 메카트로닉스 학계를 주도하고 있는 도쿄대 김범준 교수의 제자다.

DNA 분리 마의 24시간 벽을 깨다

우연한 발견이 박사논문으로까지 이어져 다행이라는 생각뿐입니다.

기존에 24시간 이상 걸리던 DNA 분리 시간을 1시간 내로 단축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한 박경덕 박사는 인터뷰 내내 다행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박사 4년차였던 박 씨는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는 연구에 지쳐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소 같으면 3분의 1도 분리돼 있지 않았을 DNA가 모두 분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량의 DNA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DNA를 잘게 잘라 분리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만만치 않다. 세계의 DNA 연구자들이 분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지금까지 24시간의 벽을 깨지 못했다. 하지만 박경덕 박사는 나노 규모의 구조물(나노 채널)에 DNA를 집어넣어 압력과 전류로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으로 신속한 분리의 단초를 찾았다.

박경덕 박사가 지난해 예비논문심사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교수들은 반신반의했다. 우연의 일치이거나 실험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였다. 오기가 발동한 박경덕 박사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실증하기 위한 작업에 매달렸고 결국 박사논문으로 결실을 봤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리속도뿐만 아니라 종전의 두 배가 넘는 길이의 DNA까지 분리할 수 있어 정확도까지 높아졌다며 연구를 좀 더 구체화해 상용화하면 범인의 DNA 감식이나 바이러스의 항원을 밝혀 백신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박사의 연구에 일본 기업들은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벌써부터 일본 바이오업체와 의료기기 회사 두 곳이 특허출원 중인 그의 연구에 투자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박경덕 박사의 연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랩온어칩에 투고해 현재 심사 중이다.

도쿄대 발명왕

기존의 평면 기판뿐만 아니라 굴곡이 있는 기판에도 비교적 쉽게 인쇄할 수 있다는 게 특이한 점이죠.

박종덕 박사는 자신의 박사논문의 내용을 수줍은 듯 이렇게 설명했다. 박 씨는 도쿄대 학생발명콘테스트에서 수차례 상을 받은 발명왕. 그의 논문도 지난해 발명왕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받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결과다.

나노 단위의 메카트로닉스가 작동하려면 각종 기능을 집어넣은 전기회로를 기판에 인쇄하는 이른바 나노패터닝이 핵심기술이다. 문제는 패터닝을 얼마나 싸고 대량으로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직 기술이 확립된 게 아니어서 세계 유수의 연구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박종덕 박사의 연구는 지금까지 일일이 곡면 기판에 하나씩 도장을 찍듯이 입히던 패터닝 기술을 롤러로 인쇄하듯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김 교수는 나노마이크로 메카트로닉스 연구 분야는 마이크로 단위에서 나노 단위로 한층 정교해지고 2차원 평면 기판뿐만 아니라 휘어지는 3차원 기판으로 확장돼 가고 있다며 박종덕 박사의 연구는 확장성을 높여 관련 기술 상용화에 큰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