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가 당했을 장면이 자꾸 떠오르고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한 간부는 9일 기자에게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대화 내내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12 신고 내용을 듣는데 공포에 질리고 다급했던 A 씨의 목소리를 듣고 정말 경악했다며 A 씨가 처한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정말 우리가 너무 큰 잘못을 했다고 후회했다.
다른 경찰도 비슷한 심경이었다. 특히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A 씨와 유족에게 뒤늦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B 경위는 현장을 보고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며 조금 더 빨리 발견했어야 하는데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C 경사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이게 다 우리 업보 아니겠느냐. 하지만 돌아가신 분에 비하면 우리 사정이야 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령 전파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강력팀 D 순경은 요즘 납치 관련 보이스피싱이 많지만 납치라고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집에 찾아간다며 그런 과정 속에서 (강력범죄라고 판단할 수 있는)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경찰서에서 지령해 줬는데 언제부턴가 경찰청에 지령센터 생기면서 혼란이 생기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 경찰은 현장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E 순경은 사생활 보호 같은 문제 때문에 야간에 어느 집에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며 민감한 문제들이 많이 걸려 있어서 함부로 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다른 경찰서 형사들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모 팀장은 아파트 같은 곳은 사복 입고 낮에 가면 신분증 보여줘도 안 믿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심지어는 112에 다시 신고한 뒤 지구대에서 순찰차가 출동해야 우리가 진짜 경찰인 줄 안다고 말했다.
이성호 남경현 starsky@donga.com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