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정()이종환교육재단 설립자인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89)이 서울대 중앙도서관을 신축하는 데 600억 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그가 거금을 쾌척한 것은 한국 대학이 성장해야 해외유학에 따른 국부() 유출을 줄일 수 있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60년 넘게 기업을 경영해 모은 돈 거의 전부와 자택까지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그는 빈 손으로 떠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거듭 실천에 옮기고 있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운영자산과 장학금에서 국내 최대 규모다. 2000년 이 회장이 사재 10억 원으로 설립한 후 매년 거액을 기부해 출연금이 8000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4000여 명 학생들에게 800여 억 원의 장학금을 줬다. 이 회장은 비행기 이코노미 석을 탈 정도로 검소하지만 인재 육성을 위한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불황과 금융위기로 기업 수익이 줄었을 때도 장학금 지급 기일은 반드시 지켰다. 환율이 치솟아도 유학생들에겐 변함없이 달러 기준으로 장학금을 보냈다.
그는 장학생을 선발하는데도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다. 법대 의대 같은 실용학문보다 기초학문 위주로 지원한다. 해외유학 장학생을 뽑을 때는 자연이공계 80%, 인문사회계 20%가 원칙이다. 과학 영재들이 무작정 의대로, 문과 수재들은 법대로 몰려가는 세태에서 출세와 안정적 직업을 목표로 삼은 학생들은 자비()로 공부하면 된다는 철학이다. 꿈과 열정으로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재목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인재 중시 경영으로 탄탄한 기업을 일궈냈기에 국가발전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체감했을 것이다.
평생 모은 350억 원대의 부동산을 카이스트(KAIST)에 기증하고 20평대 실버타운에 사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 부부는 돈을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회장은 교육재단 홈페이지에 돈을 버는 데는 천사처럼 하지 못했어도 돈을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련다라고 써놓았다. 그의 일생을 살펴보면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이윤이 생긴다면 천리길을 마다 않고 달려가는 기업인들이 그토록 어렵게 번 돈의 가치를 천사의 예술로 승화하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 이 회장의 기부는 갈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에게 한줄기 샘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