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스승이 지난 정권 10년의 과오로 인해 사회 기층에서 정부에 집단반기를 드는 조용한 혁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 정권이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지 못하면 민심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이에 화답하듯 시 총서기도 당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정권 초기 고강도 정풍()운동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일 펑황()망 등에 따르면 시 총서기의 박사논문을 지도한 쑨리핑(사회학) 칭화()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격주간 경제지 차이징()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과거 10년간 우리 (정치) 체제에 변화가 있었느냐고 반문한 뒤 없었다. 사회 전체의 생태계는 변했는데 체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조용한 혁명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혁명의 근거는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와 광둥() 성 우칸() 촌 시위로 대표되는 민중 항거다. 그는 관리들이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악행 위임권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법치가 산산조각이 됐고, 정부가 말하는 것을 백성들이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쑨 교수는 계획생육(인구조절) 때문에 애를 못 낳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 세수() 목표는 올려 잡는다며 당국이 안정을 명분으로 법치를 파괴하고 심지어 하부기관이 불법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중앙에서) 묵인해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의법치국()을 말해왔는데 오늘 법치를 파괴하고 내일 하루 파괴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법치국인가라며 지금 중국의 문제는 법률이 좋냐 좋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로 과연 돌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일한 해결은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는 것이며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주동적이면 주동적일수록 좋다. 늦게 단절할수록 피동적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먼저 나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해 개혁을 당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쑨 교수는 10년이 지나면 정부가 사과를 해도 백성을 달래기가 불가능할 것이며 5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면 (백성을 통제할) 유일한 방법은 무력진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에서 발생하는 조용한 혁명은 중국의 변화를 강제하는 동력이다고 덧붙였다.
쑨 교수는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하는 시위가 연간 18만 건(2010년 기준)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정치체제 변화를 촉구해 온 개혁론자다. 일각에서는 시 총서기의 멘토라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이 모종의 정치적 맥락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혁명이라는 단어를 동원함으로써 정부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임을 강조했다.
시 총서기도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헌법공포 3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공산당은 반드시 헌법과 법률의 범위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헌법과 법률을 넘어설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단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당과 정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사정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시 총서기의 언급은 단순한 원칙론이 아니라 정권 초기 규율 확립을 위한 정풍 운동의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부정부패와 공평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법치를 내세워 묵은 환부를 도려내고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