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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청년들 발 디딜 일자리가 없다

Posted December. 08, 20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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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도쿄() 고토() 구의 대형 전시장 빅사이트는 양복을 입은 약 1만6000명의 대학생으로 가득 찼다. 243개 일본 기업이 2014년에 입사할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일시에 합동설명회를 열었기 때문. 유니클로로 유명한 일본 의류회사 퍼스트리테일링 앞에는 200명 가까운 대학생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학 3학년생들에게 가장 피 말리는 순간이 돌아왔다. 일본 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지침에 맞춰 기업들이 1일부터 채용에 들어가면서 취업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해 4월부터 면접을 실시하고 10월이 되면 입사 내정을 받는다. 하지만 내정을 받아 웃는 대학생은 2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 1일 빅사이트에 온 학생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사라져 가는 청년 일자리

일본 대학생들은 3학년 말에 슈카쓰(취업활동의 줄임말)를 시작해 4학년 말이면 그 성적표를 손에 쥔다. 올해 기준으로 63.1%가 취업 내정을 확정지었다. 지난해에 비해 3.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1997년(73.6%) 이후 취업 내정률은 하향 추세다.

취업 재수를 하면 한 해 후배와 다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내정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을 선택한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올해 3월 대학을 졸업한 약 56만 명 중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은 전체의 4분의 1에 가까운 약 12만8000명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10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었다.

기자가 지난달 말 도쿄 시부야()에서 참가한 노미카이(술 모임)에는 20, 30대 직장인 8명이 모였다. 대기업 정규직은 한 명도 없었고 모두 은행 등의 비정규직이거나 프리랜서였다.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미국식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기준 일본의 실업자 수는 271만 명으로 4.2%에 해당한다. 하지만 연령대를 1524세인 청년층으로 낮추면 실업률은 7.5%로 껑충 뛴다. 한국(10월 전체 실업률 2.8%, 청년 실업률 6.9%)보다 사정이 훨씬 심각하다.

고용 초점은 중장년에 맞춰져

일본의 청년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유는 청장년층이 일자리를 꽉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회는 올해 정년을 맞이한 60세 이상 직원에 대해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는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 경단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65세 고용의무가 부과되면 3분의 1 이상의 기업이 젊은 층의 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규직들이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도 청년들이 갈 자리를 빼앗는다.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해고가 어렵다 보니 일본의 정규직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노동자가 됐지만 그 대신 비정규직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창출의 보고()인 제조업과 건설업이 경기침체로 젊은이들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일본의 제조업 신화가 무너지면서 소니는 올해 초 1만 명 감원을 발표했고, 파나소닉도 최근 4만 명을 줄인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제조업에 취업한 일본인 수는 1039만 명. 지난해 10월보다 6만 명 줄었다. 리먼 쇼크가 있었던 2008년 말 이후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는 약 170만 명의 취업자가 사라졌다.

일하지 않는 젊은이가 늘면 세수가 줄어들고 복지비 지출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층 일자리를 위해 나서기도 한다. 도쿄 아다치() 구는 아르바이트 희망자를 대상으로 전화응대와 면접의 기초지식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기가 하락하는 한 그 직격탄은 청년들에게 날아갈 가능성이 크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