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등 영토 문제를 전담하는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을 5일 내각관방에 신설했다. 내각관방은 아베 신조() 총리를 보좌하는 총리 직속 조직이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대응을 시마네() 현 차원에서 총리관저 차원으로 격상했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센카쿠 열도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에 관한 일본의 주장을 내외에 한층 강하게 전달하고 내각관방과 내각부 외무성 등 관계부처 간 협조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은 지난해 11월 내각관방에 설치한 다케시마 문제 대책 준비팀에 쿠릴 4개 섬 문제를 다루는 내각부의 북방대책본부를 합친 조직이다. 외무성이 맡고 있는 센카쿠 대책 업무도 일부 흡수했다. 실장은 심의관급이 맡고 일부 겸직을 포함한 15명 체제로 운영된다.
일본은 시마네 현 의회가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통과시킨 이후 초중고 교과서와 외교청서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다만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중앙정부 차원의 직접 대응은 자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요구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총리 직속 조직을 신설한 것은 독도 영유권을 센카쿠, 쿠릴열도 문제와 묶어 정권 차원의 핵심 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 정부의 발표에 대해 독도는 명명백백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이고 한일 간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이 아직도 역사를 반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유감스러운 행동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독도 관련 문제를 다루는 외교부 국제법률국 산하 영토해양과의 업무를 강화해 일본에 대응할 방침이다.
시진핑() 중국 총서기는 지난해 9월에 설치한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이끌며 센카쿠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 역시 센카쿠 문제를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의미로 중-일 양국 국가원수가 직접 영토조직을 관할하며 총력 대응에 돌입한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다만 일본은 사안별로 속도를 조절해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센카쿠 문제로 중국과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독도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한일관계까지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한국에 대한 견제 카드로 남겨두는 게 일본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격상하려던 방침을 유보한 뒤 반발하는 일본 극우세력을 달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배극인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