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영화감독(48)이 동성 연인인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29)와의 결혼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동성 결혼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두 사람은 15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 영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가 부모님의 허락하에 9월 7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 감독의 열아홉 살 연하 애인으로만 알려져 있던 김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등장한 김 감독은 동성애자에게도 결혼이라는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공개 결혼을 택했다고 말했다. 또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며 국내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역시 턱시도를 입고 긴장한 표정으로 나온 김 대표는 지금까지 게이로 숨어 살아 왔지만 부모님과 지인들의 지지로 이 자리에 섰다며 울먹였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처음 만나 8년간 교제해온 두 사람은 김 감독이 2010년 공개 프러포즈를 하면서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자신이 연출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수상 소감을 밝히던 도중 연인 김 대표에게 청혼했다.
두 사람은 축의금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위한 무지개(LGBT)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예식 장소로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식은 뮤지컬 공연, 영화 상영, 토크쇼 등 다채로운 행사로 구성된다.
김 감독은 동성애자도 일반 연인과 똑같다며 때로는 다투기도 하겠지만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자녀 입양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