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KUS-TR(사진)가 17일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KUS-TR의 비행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남 고흥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비행장에서 열린 시험비행에서 KUS-TR는 수직으로 이륙한 다음 30분 이상 공중에서 자세를 고정하거나 위치를 바꿔가며 한자리에 머물렀다. 시험비행을 총괄한 대한항공 무인기사업부 박문수 과장은 이날 시험비행으로 헬기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가 필요 없는 틸트로터형 무인항공기 실용화 모델 개발에 사실상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KUS-TR는 이착륙할 때 프로펠러가 수직 방향으로 있다가 비행 모드로 바뀌면 수평 방향으로 전환되는 틸트로터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현재 미국과 한국만 보유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선 틸트로터형 유인기를 해병대가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무인기에 이 기술을 적용해 실용화 모델을 만든 것은 한국이 최초다.
KUS-TR는 항우연이 2011년 개발한 스마트 무인기 TR-100이 모태다. 항우연은 2002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 무인기 기술 개발 연구에 착수해 2011년 개발을 마쳤다. KUS-TR는 이 기술을 대한항공이 이전받아 실용화 모델로 만든 것이다. 대한항공은 2004년부터 무인기 연구개발을 시작해 2007년과 2009년 각각 고정 날개형 무인기인 KUS-7과 KUS-9 개발에 성공했다.
KUS-TR는 선진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세계 무인기시장에서 한국이 한발 앞서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7조 원 규모의 세계 무인기 시장이 10년 뒤인 2023년에는 13조 원 규모로 연평균 6%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화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장(상무)은 KUS-TR는 세계 무인기 시장의 퍼스트 무버(선발주자) 제품인 만큼 국내외 군용 및 민간용 무인기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