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 아가야. 숲 속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들어보렴.
17일 오후 2시 경기 양평군 산음휴양림에 있는 국립 치유의 숲. 16주36주 된 임신부와 남편들이 숲길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걷기 쉬운 길이다. 물소리, 새 울음소리, 그리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클래식 한 악장처럼 어우러지고 있었다. 부부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고 편안해 보였다. 가벼운 체조와 산책을 마친 부부들은 나무 그늘 밑에서 명상에 잠겼다.
산림청이 임신부를 대상으로 마련한 숲 태교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산림청은 그동안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애 주기별 맞춤형 산림복지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숲의 혜택을 누리자는 것. 숲 태교는 그중 첫 단계다. 청소년과 중장년, 수목장()까지 남녀노소가 받을 수 있는 산림복지 서비스다.
숲 태교는 임신부가 태아의 건강 증진 등을 위해 숲에서 명상, 산책 등 정서적신체적 활동을 체험하는 태교 활동을 말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숲 태교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모성 정체성과 자아 존중감을 증가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도 전문가 연구 등을 토대로 숲에서 걷기, 바람과 물소리 듣기, 숲 향기 맡기, 명상, 체조 등으로 구성했다. 3시간 정도 자연 속에서 엄마와 태아가 교감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모 씨(32서울)는 결혼한 지 3년 만에 아이를 가졌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숲 속을 거닐다보면 아기도 행복하다며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또 다른 임신부(35)는 도심 속 아파트에 살다가 모처럼 맑은 숲 속에 머물면서 아기의 발길질이 더 활발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숲 태교 프로그램은 10월 말까지 국립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산음(경기 양평), 장성(전남), 청태산(강원 횡성) 등 산림이 울창한 장소에서 각각 8차례에 걸쳐 실시된다.(표 참조)
산림청 관계자는 행복한 임신과 출산, 행복한 녹색복지국가를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올해에는 2인 1조 활동이 많아 남편과 함께 참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회당 30명씩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참가비는 무료. 산림청 홈페이지(forest.go.kr)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e메일(huyang@forest.go.kr)로 보내면 된다. 산음 국립치유 숲의 경우 4회(6월 28일)까지 마감됐고 나머지 4회와 다른 치유의 숲은 현재 신청을 받고 있다. 산림청 산림휴양치유과 042-481-4213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