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서울의 일자위대 기념식

Posted July. 11, 2014 03:53,   

日本語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눈 축제는 눈과 얼음으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로 눈길을 끄는 겨울 축제다. 눈을 다지고 얼음을 깎아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물 모형을 정밀하게 만들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광화문 숭례문 경복궁도 등장했었다. 눈부신 빙설()의 예술품을 만드는 이들은 주로 자위대원들이다. 1954년 7월 1일 자위대 창립 직후인 1955년부터 대형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상 군인인 이들이 한국 중국 등 과거에 침탈했던 나라의 명소들을 제작할 때 머릿속에 순수한 예술혼만 있었을까.

자위대의 깃발은 욱일기()이다. 태양을 상징하는 일장기의 붉은 원에서 붉은 햇살(욱광)이 뻗쳐 나가는 모양새다. 군국주의 시대에 일본이 사용한 군기()로 침략의 선봉에서 펄럭였다. 일제에 침략을 당한 아시아 국가들이 이 깃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상 자위대는 과거 일본 제국의 해군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육상 자위대는 옛 육군기의 16줄기 햇살을 8줄기로 변형한 깃발을 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국방비 지출은 486억 달러로 세계 8위였다. 미국이 6400억 달러로 1위, 중국이 1880억 달러로 2위, 러시아가 878억 달러로 3위이고 한국은 339억 달러로 10위이다. 전력() 면에서 각종 첨단무기를 갖춘 일본은 이미 군사대국이다. 국방예산과 병력, 무기의 양적 측면에선 중국이 앞서지만 무기의 성능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군사력은 일본이 우위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이 패전 69년 만에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것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주한 일본대사관이 오늘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연다. 각계 인사와 주한 외국공관 관계자 등 50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냈으나 최근 냉랭한 한일관계 때문에 우리 측 참석자는 많지 않을 듯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행사를 여는 건 일본이 분위기를 파악 못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예 신경도 안 쓰겠다는 뜻인가.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