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증언한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2007년 86세로 사망) 관련 기사를 취소한 이후 우익과 보수세력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아사히신문이 28일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 가지 오보를 꼬투리 삼아 위안부 문제 전체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날 3면 기획기사에서 고노 담화는 요시다 증언에 근거를 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요시다는 자신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마구치() 현 노무보국회 시모노세키()지부의 동원부장이었으며 제주에서 많은 여성을 위안부로 삼기 위해 강제로 끌고 갔다고 각종 강연에서 증언했다. 아사히신문은 1982년 9월 2일자 사회면에 증언을 소개한 이후 16차례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증언의 신빙성이 한국과 일본에서 문제되자 1997년 요시다 증언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달 5일 관련 기사를 취소했다. 이후 일본 우익과 보수 언론은 위안부는 허구였다. 고노 담화를 취소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에 대해서는 일본의 명예를 실추시킨 매국 신문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아사히신문은 요시다 증언 기사를 취소하자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고 반성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의 근거가 무너졌다는 식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 작성 과정에서 요시다 씨의 말을 청취했지만 증언 내용을 담화에 반영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담화 작성에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가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어 담화에 채용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내용을 소개했다.
신문은 담화의 근거가 된 것은 군과 조선총독부, 위안소 운영 관계자 증언은 물론이고 일본 관계성청과 미국 공문서관에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였다고 지적했다. 담화 발표 4개월 전 다니노 사쿠타로() 당시 외정심의실장이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강제는 단순히 물리적인 강제를 가하는 것뿐 아니라 두려움으로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한 것도 폭넓게 포함한다고 발언한 점도 거론했다. 고노 담화는 여성의 자유의사를 박탈한 강제성을 문제 삼고 있다. 신문은 한국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근거는 피해자들의 증언이라며 요시다 증언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는 전 외교 당국자의 발언을 덧붙였다.
다카하시 겐이치로() 메이지학원대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다는 우파의 주장에 대해 병사가 됐다가 살아남은 소설가들이 남긴 작품은 같은 인간으로서 위안부의 생생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는 반박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소설가 다무라 다이지로()는 나체의 여자가 있는 대열(1954년)이라는 작품에서 위안부들이 전라로 병사들과 행군을 강요당하는 모습을, 후루야마 고마오()는 하얀 논(1970년)이라는 작품에서 강제 징집당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징용돼 수천 번이나 굴욕을 당하는 위안부들에게 깊은 동정을 느끼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우파의 고노 담화 지우기 공세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사히신문 보도가 왜곡된 역사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는 취지의 시리즈를 이날 시작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새로운 담화 발표와 고노 전 관방장관의 국회 소환을 촉구했다. 일본의 각종 주간지도 아사히는 매국노라는 특집 기사를 쏟아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