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중국에서 상품을 제조하는 비용이 미국보다 항상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일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한다.
최근 25개 주요 수출국의 제조업 생산원가를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해럴드 서킨 선임파트너는 이렇게 말했다. 값싼 중국은 옛말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의 인건비가 크게 올라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생산원가는 1 대 0.96으로 거의 같아졌다. 특히 방적(yarn-spinning섬유를 가공해 실을 뽑는 일)의 경우 미국의 평균 생산원가가 중국보다 30% 저렴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이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하는 중국의 방적공장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 주에만 20개 이상의 중국 섬유업체가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제조 기업들이 20002014년 공장 설립, 인수합병 등을 이유로 미국에 투자한 금액만 460억 달러(약 53조82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NYT는 대부분의 투자금이 최근 5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제조업 임금은 2004년 시간당 4.35달러였지만 지난해는 약 3배인 12.47달러에 이르렀다. 반면 미국의 시간당 임금은 같은 기간 30% 정도만 올라 22.32달러 수준이다. NYT는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여전히 중국보다 높지만 저렴한 에너지(천연가스) 가격, 값싼 면화 등 원자재 가격의 경쟁력, 지방 정부의 세금 우대 등 다양한 지원이 그 차이를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매년 급등하는 임금, 높은 연료비와 물류비, 섬유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 등을 피해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중국 기업들이 또 하나의 대안으로 미국을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을 배제한 채 협상이 진행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중국 방적회사들의 미국행을 촉진하는 이유라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TPP에 참여한 12개 국가 안에서 생산된 원사로 의류를 만들 경우에만 관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